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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파고든 SK·CJ 바이오사업 '열매 맺었다'
날짜 21 Jun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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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수천억의 연구개발(R&D)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나 성공확률은 1%도 되지 않아 리스크가 매우 높기때문에 바이오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로 바이오 시장 틈새를 파고드는 대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SK, R&D 집중투자로 특화된 신약개발 성공

SK는 그룹 차원에서 수십년째 전략적으로 바이오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 역할은 SK케미칼과 SK바이오팜에서 담당하고 있고, 두 회사는 역할구분이 명확하게 돼 있다.

SK케미칼은 1989년부터 제약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효과가 뛰어나거나 획기적인 후보물질이 아니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기술을 사들이지는 않기 때문에 특화된 물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SK케미칼은 바이오신약 개발에 집중하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임상실험을 직접 진행하지 않고 전임상 단계에서 라이센스를 받고 기술이전하는 전략으로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 결과, SK케미칼은 국산 합성신약 1호 '썬플라(항암제)'와 천연물 신약 1호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고 내년에 'NBP601'가 개발되면 바이오신약 1호까지 보유한 3관왕이 된다.

김훈택 SK 신약연구실장은 "합성, 천연물 신약 개발로 축적된 R&D 역량을 바이오신약 개발에 접목시킨 결과 혈우병치료제인 'NBP601' 개발에 성공해 호주 CSL사에 기술이전했다"며 "현재 CSL사가 글로벌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개발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제약에서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국내 제약 1위인 동아제약의 절반 수준이다. 동아제약 매출의 절반도 되지않는 SK케미칼이 신약 개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은 집중적인 R&D 투자로 꼽힌다. 김 실장은 "SK케미칼은 매출의 15%를 제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개발과 생산, 마케팅 과정에서 효율화를 꾀하면서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고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면서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SK케미칼이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바이오벤처사에서 개발한 우수한 신약후보물질 10여개를 검토 중이다. 우수 물질이 발견되면 인수합병이 아닌 기술이전 방식으로 라이센스 계약할 방침이다.

SK케미칼은 삼성전자나 셀트리온이 집중투자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바이오시밀러는 공장설립에 5000억원 이상 소요되는 장치산업인데다가 싸게 만들어 가격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에 내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실장은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줄 수 있는 가치는 '가격인하'밖에 없다"며 "SK케미칼은 기존의 제품과 차별화된 신약물질 개발로 효율성, 편리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1993년부터 바이오사업을 시작한 SK바이오팜은 제약에 집중하는 SK케미칼과 달리,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병하는 알츠하이머, 파킨스병, 우울증, 정신분열증, 신경병증성 통증 등의 치료제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대사성질환, 당뇨, 심혈관, 항암제, 비만과 관련된 신약개발에 매달리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기호 SK바이오팜 신약개발연구소장은 "알츠하이머 등 뇌와 관련된 중추신경계 치료제 개발은 연구가 까다롭기 때문에 뇌 연구만을 집중적으로 하는 제약사는 거의 없다"며 "덩치가 큰 다국적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한정된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중추신경계 약물개발에 몰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는 800조원으로, 이 가운데 중추신경계 치료제 시장규모는 80조원이다. 중주신경계 치료제 중에서도 정신분열증 치료제 시장은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효과가 탁월한 정신분열증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한번에 1조~3조원의 블록버스터급 약물이 탄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추신경계 치료에는 바이오신약보다 합성신약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합성신약만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합성신약은 바이오신약과 개발비용은 비슷하지만 생산비용은 1/10 수준으로 떨어져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수익성이 훨씬 높다.

SK바이오팜은 1996년,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신약물질 후보군이 개발되고 나면 임상단계부터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임상실험을 하는 것보다 3배 가까이 비용이 비싸지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마땅히 치러야 할 비용으로 여기고 있다. 이 소장은 "미국과 일본시장을 잡을 수 있는 약물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개발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며 "개발된 치료제가 그 분야에서 세계 5위안에 들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전략하에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SK바이오팜은 16건의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며 오는 2016년에는 만성변비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난치성 간질 치료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만성변비·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 등이 미국 등지에서 임상2상 후기실험 중이어서 2020년에는 모두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소장은 "2016년 신약개발 성공하면 처음으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연평균 300억원이 투자됐는데 2020년이면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CJ, '그린바이오'로 쌓은 기술 생활용품으로 확대

CJ제일제당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수익성이 높고 시장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크게 투자하지 않는 '그린바이오'로 정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그린바이오 사업매출은 1조9000억원으로 2009년부터 연간 30%씩 고성장하고 있다.

그린바이오는 생명공학이 농수산업 분야에 응용된 것으로 가공되지 않은 1차식품에 바이오 기술을 가미해 기능성소재와 식물종자, 첨가물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발효를 기반으로 한 식품조미소재(핵산)과 사료용 아미노산(라이신, 쓰레오닌 등)이 이에 속한다.

최태홍 CJ제일제당 글로벌마케팅 상무는 "국내 발효기술은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1위인만큼 이를 접목한 그린바이오 또한 세계시장에서 1위를 석권하고 있다"며 "CJ는 현재 4대 사료용 필수아미노산 체제는 모두 구축했고 내년초 친환경 바이오공법으로 생산한 '메치오닌'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치오닌은 라이신, 쓰레오닌, 트립토판 등과 함께 4대 사료첨가용 아미노산으로 꼽힌다. 기존 기업들은 메치오닌을 석유에서 추출하는 화학공법으로 생산해왔지만 CJ제일제당은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매치오닌을 생산할 수 있는 원천특허를 확보한 상태다. 원유값이 오르고 장기적으로 석유가 고갈되는 상황에서 식물원료에서 추출한 바이오 원료생산 기술은 특화된 경쟁력을 가진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사료첨가용 아미노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라이신 27%, 핵산 45%, 트립토판 60%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다.

CJ제일제당은 여기서 한발 나아가 발효 기술을 활용해 바이오유래제품을 만든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플라스틱 용기, 옷, 운동화,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용품을 식물 발효에서 추출한 친환경 원료로 만들 계획이다.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이 아닌 식물 발효를 활용한 바이오 기술로 '바이오유래제품'을 만든다는 프로젝트다.

이미 일부 제품은 시제품까지 개발이 이뤄졌으며 2020년에는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상무는 "석유를 추출해 만든 생활용품은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해롭다"며 "발효기술을 접목한 바이오유래제품으로 사람들의 생활스타일이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유래물질이 상용화되는 2020년에는 바이오부문 매출이 5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뉴스1코리아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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