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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의약품 종말? '바이오시밀러'가 온다
날짜 14 Jun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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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100세 시대를 맞게된 인류. 의학의 발달과 전반적인 기술수준의 향상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지난 수십년 사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평균수명의 신장은 일반인들의 건강에 대한 필연적 관심을 높이기도 했지만 해당 산업계는 이를 생존과 도약을 위한 핵심적인 하부구조의 변혁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대응해 오고 있다.

그동안 생명과학과 전통적인 제약 분야로 크게 양분돼 왔던 업계의 인식도 최근 들어서는 이제 '바이오 약물 개발' 만이 기업의 살길이자 인류의 마지막 생명연장 수단이라는 단일한 인식으로 통합되고 있다. 수십년간 인류가 꿈꿔왔던 바이오 시대가 이제 활짝 열리고 있다. 생명과학과 세계 제약산업의 메카인 미국 뉴욕을 찾아 전세계 '생명혁명'이 전개되는 모습을 살펴본다.

전세계 제약산업의 횡금시대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80년대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제약사가 대학과 중소 연구집단의 연구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으며 미 상원은 특별법안을 도입해 산업으로서의 제약 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MIT, 하버드 등 유명대학들은 연구결과를 제약사와 공유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이론적 토대를 안정적으로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제약사들은 연구개발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문제는 레이거노믹스 이후에 발생했다. 이미 커질대로 커진 몸집과 이에 따른 부를 축적해온 제약업계는 1990년대말 전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일단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정부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던 제약사들은 다른 상업분야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유럽과 캐나다에 비해 전문의약품(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위축되고 있는 제약사들의 생존방책의 하나일 수밖에 없는 약가상승에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약가상승에 따른 제약사에 대한 불신발생은 서로의 꼬리를 문 악순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경기회복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최근까지도 제약업계는 소비자들과 환자들의 의심어린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이스트 42번가에 위치한 화이자 본사를 찾은 4일. 아침시간이었는데도 이 '비아그라' 회사는 방문객들로 인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여러겹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사전 약속을 몇번이나 확인하고서야 담당자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로비의 보안요원도 기자라고 밝히자 의심의 눈초리를 시종일관 거두지 않았다. 최근들어 특히 심해진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방어기제로 보이고도 남았다.

뉴욕 유니온 스퀘어 북쪽에 위치한 서점 반스앤노블 3층 제약관련 서적코너. 뉴욕에서 가장 큰 오프라인 서점인 이곳에서도 제약사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제약사의 횡포, 숨겨진 진실 등을 다루는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직원에게 관련서적 중 긍정적인 책은 없냐고 묻자 한참을 검색한 후 제목으로는 추천하기가 난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 현지 방송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할 수 있었다. 거대 제약사가 프로모션하고 있는 혈전 용해제 광고가 한시간 걸러 하나씩 나오는 반면 본 프로그램에서는 이들 제약사들을 비판하는 천연물 조제 약물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코너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적용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방송 출연자들의 대개는 제약사들의 치료제가 병의 원인을 보지 않고 증상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보이는 다른 풍경 하나.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의 한 택시 기사. 우연히 택시 기사 전의 직업을 물어보게 됐다. 최근까지 뉴욕주에 위치한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 생산공장에서 일을 하다 정리해고됐다는 그는 "노바티스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생산노동자들을 대부분 임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며 "벌이는 비슷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자리에 있는 것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사람들도 아직까지 이러한 대중의 인식과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 스퀴브사. 뱅크 오브 아메리카, 체이스 은행 등 쟁쟁한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 사이에 위치한 이 회사는 흔한 회사 로고도 밖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뉴욕 한복판에서 수십층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거대 제약사가 노출을 꺼리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들어 리베이트 등 관련사건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과 영국, 스위스 제약사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제약계에 만연한 관행들로 인해 철퇴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움직임 뒤에는 제약사들이 이제 더이상 사람들을 설득해서 팔 약물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엄존한다. 미국 제약계에서는 이를 두고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전용 인용구가 아니다. 특허만료와 약가인하, 생산성 위기라는 폭풍을 맞고 있는 거대 제약사들은 제약사들이 약을 팔기 위해 질병을 만들어낸다는 대중의 인식을 일신하고 인류 건강에 기여한다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것은 바이오 부문이다. '바이오시밀러'라는 키워드로 수렴되는 이들의 움직임은 이제 합성의약품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바이오의약품의 시대의 만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합성의약품으로는 더이상 제네릭(복제약) 공세, 표적치료, 희귀질환 수요등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미 정부와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으며 바이오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바이오시대에서 원천기술 없는 마케팅은 종국에는 공허한 울림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혁신형 제약사'들이 세계의 움직임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 뉴스1코리아 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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